장외기업 우회상장 쉬워진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비율 산정에 대한 규제가 오는 12월6일부터 완화된다. ‘뻥튀기’ 우회상장을 막기 위해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했던 자본환원율 규제를 금융감독원이 없애기로 한 것이다. 최근 중소형주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본환원율 규제까지 폐지되면 2010년 관련 규제 강화 이후 위축됐던 우회상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본지 10월20일자 A12면 참조

◆자본환원율 규제 없앤다

비상장법인이 상장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우회상장할 때 늘 등장하는 문제가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다.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있기 때문에 별 논란이 없다. 그러나 비상장법인은 시장 가격이 없다. 따라서 금감원은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자산가치(20%)·수익가치(30%)·상대가치(50%)를 가중 평균해서 구하도록 했다. 여기서 핵심은 수익가치다. 자산가치나 상대가치와 달리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합병연도의 주당 추정이익과 그 다음해의 주당 추정이익을 3 대 2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뒤 자본환원율(최소 10%)로 나눠서 산출토록 했다. 즉 2개년의 주당 추정이익을 가중평균한 값이 1000원이었으면, 이를 10% 할인한 900원만 인정해줌으로써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의도였다.

금감원은 그러나 앞으로는 수익가치 산출 방법을 합병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신 외부 평가기관이 작성한 합병가액 평가 의견서에 수익가치 산정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비상장법인의 수익가치 평가를 업계 자율에 맡기게 되면 결국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의 합병비율 산정 역시 현재보다는 자유로워진다.

금감원이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수익가치 산정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경제주체의 자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수익가치 산정에 대한 규제가 없다.

문제는 수익가치 평가를 업계 자율에 맡기면 비상장사와 합병하는 상장사 주주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조국환 금감원 공시제도실장은 그러나 “비상장법인의 가치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상장법인의 주주들은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력사업 동일한 회사만 참조

금감원은 상대가치 평가 방법과 관련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부분도 함께 개선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평가 기준을 한국거래소 업종 분류에서 비상장사와 같은 업종에 속하는 기업 전체로 잡다 보니 실제로는 전혀 다른 두 회사의 가치를 비교하게 되는 문제점이 종종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대가치를 평가할 때 소분류 업종이 같은 회사 중에서도 비상장사와 주력사업(매출액 기준)이 비슷하고, 순이익과 순자산이 비상장사 대비 30%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회사만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는 비상장사가 합병 직전 1년간 유상증자를 실시한 경우 가장 최근의 증자가액만 상대가치 산정에 반영했는데, 앞으로는 1년간의 모든 유상증자 가액을 함께 고려해 상대가치를 정하기로 했다. 또 상대가치의 상한선(동일업종 회사 주가의 평균치)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 자산·수익·상대가치

비상장법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항목. 자산가치는 대차대조표상의 자본 총계를 반영해 결정한다. 수익가치는 그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낼 것인가를 기준으로 정한다. 상대가치는 비상장사와 같은 업종에 속하는 상장사들의 순이익을 참고해 산정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