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기전자업체이자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지멘스마저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이 경제성이 거의 없는 데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정부가 태양광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키로 한 것도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전 세계 태양광 업계의 현주소다.

○“낮은 성장성과 높은 비용 때문”

지멘스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태양광 사업부문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잠재적인 후보들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에너지사업 전반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이유도 덧붙였다. “태양광 시장의 사업환경 변화와 낮은 성장성, 비용 증가 압력 등으로 인해 사업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

지멘스는 2009년 아르키메데 솔라 에너지 등 2개 관련 업체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그동안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지난 9월 기준 올해 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34%나 줄었다. 마틴 스카첼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지멘스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태양광 사업은 지멘스의 주요 경쟁력이 아니며 이 절망적인 시장에 집중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가 최근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삭감한 것도 매각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은 지난 7월 관련 보조금을 최대 29%까지 줄였다. 2014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을 아예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향후 재생에너지 사업을 풍력과 수력 분야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전체적인 에너지사업 부문을 태양광을 제외한 화력과 풍력 등으로 재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부문의 매각 금액이나 감원 계획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멘스 태양광사업 부문엔 68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체 실적이 집계되는 다음달 8일 이후에 구체적인 매각 방침이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줄줄이 무너지는 태양광 업체들

지멘스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 전문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2011년 9월 미국 태양광패널 생산업체 솔린드라의 파산보호 신청을 시작으로 어바운드솔라(미국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큐셀(독일 태양전지 제조업체) 등이 연이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2위 태양광웨이퍼 생산업체인 중국 LDK솔라는 지난해 5월 이후 전체 직원의 절반인 약 1만명을 해고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태양광패널업체 선테크는 2007년 79달러였던 주가가 최근 92센트까지 폭락했다.

경제성이 없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요 위축과 판매단가 하락이 깊어지자 관련 기업이 파산 지경까지 몰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세계 생산시설 규모는 2007년 4만2550t에서 올해 31만714t으로 7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작년 3월 ㎏당 78달러대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역대 최저치인 20달러까지 떨어지며 공급 과잉에 따른 역풍을 맞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