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 중심부에 자리 잡은 카리타스 기술여고. 지난 17일 대우건설이 건설 중인 2조90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공사현장 탐방을 끝내고 20여명의 기자단이 이곳을 찾았다. 1993년 문을 연 이 학교는 한국인 수녀들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다. 수녀들은 학교의 현황을 소개하는 한편 다양한 민속춤을 준비하는 등 현지 문화를 전했다.

행사 막바지엔 갑자기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이 울려 펴졌다. 이어 50여명의 여학생들이 단상으로 몰려들어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물론 최근 시내에 영화관 한 곳이 개관했을 정도로 문화시설이 열악한 이곳에서 ‘강남 스타일’이라니…. 세계 구석구석 오지까지 한류가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대우건설이 파푸아뉴기니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싸이에 못지않은 건설 한류의 토대를 닦는 역사(役事)다. ‘한류’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도 하다. 김영후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무장 강도 출몰이 빈번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한 상태에서 현지 주민들의 호의적인 시선은 건설공사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곳 한류 열풍의 밑바탕에는 20년간 수녀들이 다져온 학교의 역할도 크다. 재봉, 컴퓨터, 경리 등 기술을 전수시켜줄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2000명이 넘는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기업 등 민간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최근에야 대우건설이 물품 지원에 나선 정도다. 조향숙 수녀(57·이사장)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30여대의 낡은 컴퓨터는 한국의 한 대학에서 새 것으로 교체할 때 얻어온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한국도 원조의 힘으로 일어선 나라다. 더구나 파푸아뉴기니는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는 처녀지다. 대우건설이 따낸 현장과 맞먹는 공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휘진 파푸아뉴기니 대사는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지역 주민의 보건, 교육 등의 인도적 지원에 신경을 써 개발사업에 협조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류와 함께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접근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정선 파푸아뉴기니/건설부동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