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이후 골프 철학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쇼트게임과 퍼트의 정확성을 높이는 저만의 골프로 내년에는 일본 퀄리파잉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아마추어 시절 한국오픈에서 두 번 우승했던 ‘쇼트게임의 귀재’ 김대섭(31)이 11년 만에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대섭은 21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펼쳐진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치며 합계 5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올 8월 제대한 김대섭은 후반기에만 출전해 2승(동부화재프로미오픈, 한국오픈)을 거두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아마추어 포함 통산 10승째. 이번 우승상금 3억원을 더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상금랭킹 2위(3억9465만원)로 뛰어올랐다.

김대섭은 “프로에서도 한국오픈에서는 꼭 우승하자고 생각했는데 올해 우승해 기분이 최고로 좋다”며 “김대섭만의 ‘짠물 골프’를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대섭은 이날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4라운드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김대현(24)과 공동 선두로 같은 조에서 출발했던 그는 2번홀(파4·416야드) 세컨드샷에서 공을 홀 옆 60㎝로 붙이며 기회를 잡았다. 김대섭은 이후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합계 4언더파로 보기를 범한 김대현에 2타 앞선 단독 1위로 부상했다. 3번홀에서는 파로 막으며 보기를 범한 김대현과 타수를 3타 차로 벌렸다.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그는 4번홀(파3·188야드)에서 티샷한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는 위기를 맞았다. 70야드 지점에서 52도 웨지로 어프로치한 공은 홀에서 7m 떨어진 그린 주변에 떨어졌지만 그는 공을 그대로 홀에 넣으며 쇼트게임의 귀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자칫 크게 흔들릴 뻔한 위기 상황을 보기로 막으면서 김대섭은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김대현에 2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김대섭은 “쇼트게임과 퍼팅은 국내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띄우는 것보다 굴리는 게 더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대섭은 43년 만에 한국오픈 3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고등학생이던 1998년 17세2개월의 나이로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프로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대학생이던 2001년에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두 번째 우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마추어와 프로에서 한국오픈을 동시 우승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그의 우승 뒤엔 부모와 아내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부모는 아마추어 시절 포장마차를 하며 그를 골퍼로 키워냈다. 2005년 결혼한 부인은 용인의 시댁에서 함께 살며 내조했다.

김대섭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단(6), 결(3) 두 아들과 진한 포옹을 하며 감격했다.

한편 김대현은 이날 이븐파 71타를 치며 합계 3언더파 281타로 2위를 기록했다. 양용은과 강경남은 이날 각각 4타와 3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하며 합계 2언더파 282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천안=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