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앙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달러화를 대거 사들였다. 급등하는 홍콩달러화를 방어해 페그제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HKMA가 홍콩달러화 가치를 낮추려고 홍콩달러화를 팔고 6억300만달러 규모의 미국 달러화를 사들였다”고 21일 보도했다. HKMA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매입에 적용한 환율은 달러당 7.75홍콩달러였다. 홍콩은 달러당 환율을 미국 달러와 연동해 일정범위(현행 7.75~7.85홍콩달러)내에서 움직이도록 한 페그제를 시행 중이다. 페그제는 미국 달러에 대한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 고시한 뒤 이 비율에 따라 다른 통화의 환율을 정하는 변형 고정환율제도다.

케닉스 라이 홍콩 동아시아은행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로 인해 자금이 홍콩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홍콩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소비·생산·투자 등 중국의 거시지표가 호전된 것도 홍콩달러화 수요 증가를 자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에 달러를 더 푸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홍콩뿐만 아니라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들은 달러 대비 자국 화폐가치가 상승 추세를 보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 경쟁력은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