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못믿을 공매도 규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국인 '일반 매도'로 주문 내도 확인 안돼…국내 금지된 '무차입' 파악 불가
금융위, 대형 증권사 2곳 조사
규정 위반 여부놓고 논란
금융위, 대형 증권사 2곳 조사
규정 위반 여부놓고 논란
지난 11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선 국내 증권사 두 곳이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두 증권사가 외국인투자자로부터 매도 주문을 받아서 처리했는데, 매도 주문 중에 일부가 국내 증시에선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였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증권사가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고객의 매도 주문이 무차입 공매도인지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엇갈리는 데는 국내 공매도 감시 관련 규정에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 것도 일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권사, “무차입 공매도 확인 불가”
우선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공매도 주문을 낼 때 ‘공매도’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그러면 증권사들은 일단 거래를 체결시켜준 뒤 사후에 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낸 시점에 대차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었으면 차입 공매도여서 문제가 없지만 만약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돼 버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외국인은 자신의 주식 계좌가 아닌 별도의 수탁은행 계좌에 주식을 보관하기 때문에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7개 외국계 법인이 총 25만주(약 53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이 실제로는 공매도를 하면서도 ‘일반매도’라고 주문을 내도 국내 증권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주식 관련 계좌를 모두 열어봐야 한다. 그러려면 해당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우려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서는 공매도를 일반매도인 것처럼 속여서 주문을 내면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처벌 강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포지션 보고도 신뢰성 떨어져
금융위는 공매도 감시 제도의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8월 말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도입했다.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의 0.01%를 초과하는 투자자에 한해 인적사항과 투자 종목 등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공매도 포지션 보고 건수 1658건 중 80%에 달하는 1321건이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자료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급하게 도입하다 보니 자본시장법 개정을 못해 보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매도 공시제도란 투자자가 금감원에 보고한 공매도 포지션을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알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이다.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무소속 의원이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 보고된 공매도 포지션 보고 내용의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 공개했다가는 자칫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를 악용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투자자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매도 포지션 보고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공매도
short selling. 특정 종목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기관 등에서 빌려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진 뒤 사서 갚으면 그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이용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금융당국은 이들 증권사가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고객의 매도 주문이 무차입 공매도인지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엇갈리는 데는 국내 공매도 감시 관련 규정에 여러 가지 허점이 존재하는 것도 일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권사, “무차입 공매도 확인 불가”
우선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한국거래소 업무규정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공매도 주문을 낼 때 ‘공매도’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그러면 증권사들은 일단 거래를 체결시켜준 뒤 사후에 투자자가 공매도 주문을 낸 시점에 대차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었으면 차입 공매도여서 문제가 없지만 만약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돼 버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외국인은 자신의 주식 계좌가 아닌 별도의 수탁은행 계좌에 주식을 보관하기 때문에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7개 외국계 법인이 총 25만주(약 53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이 실제로는 공매도를 하면서도 ‘일반매도’라고 주문을 내도 국내 증권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주식 관련 계좌를 모두 열어봐야 한다. 그러려면 해당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우려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서는 공매도를 일반매도인 것처럼 속여서 주문을 내면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처벌 강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포지션 보고도 신뢰성 떨어져
금융위는 공매도 감시 제도의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8월 말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도입했다.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의 0.01%를 초과하는 투자자에 한해 인적사항과 투자 종목 등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공매도 포지션 보고 건수 1658건 중 80%에 달하는 1321건이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자료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조차 확신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를 급하게 도입하다 보니 자본시장법 개정을 못해 보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매도 공시제도란 투자자가 금감원에 보고한 공매도 포지션을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알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이다.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무소속 의원이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 보고된 공매도 포지션 보고 내용의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 공개했다가는 자칫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를 악용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투자자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매도 포지션 보고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공매도
short selling. 특정 종목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기관 등에서 빌려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진 뒤 사서 갚으면 그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이용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