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행위가 적발된 경찰의 실명이 인터넷에 공개된다. 또 단속 경찰과의 유착을 자진 신고하는 업주에게 형량을 감면해주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가 시행된다. 성매매 등 불법 풍속영업을 한 업주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경찰쇄신위원회(위원장 송석형)는 이 같은 내용의 ‘쇄신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경찰은 올해 초 연이은 부정부패와 강력사건으로 위기를 맞자 지난 5월 17명의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경찰쇄신위를 발족, 위원회에서 마련하는 쇄신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쇄신안은 크게 △경찰의 반부패 근절 △국민 안전을 위한 치안 시스템 개선 △선진 경찰을 위한 방안 등 3개 분야다. 경찰은 이번 쇄신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강제력이 없어 일시적인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패 경찰 실명 홈페이지 게재

쇄신위는 강남 유흥업소 유착 사건 같은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비리 경찰의 인적사항과 비위 사실을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상에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현행법에 어긋날 수 있지만 관계 법령이나 내부 규정 등을 고쳐서라도 쇄신안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윤리청은 경찰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면 홈페이지에 부패 공무원 실명과 부패행위 사실 등을 게재하고 있다.

성매매 등 불법 풍속영업을 한 업주의 실명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불법 영업으로 벌금을 내더라도 이익이 크기 때문에 성매매 등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권기선 경찰쇄신기획단장은 “업주들의 실명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이 형벌적 제재보다 범죄 억제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쇄신위는 경찰과의 유착을 자진 신고할 경우 형량을 감면해주는 제도 시행도 제안했다. 업주와 경찰 유착 비리는 내부 신고나 협조가 없으면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쇄신위는 이 밖에 부패에 취약한 특정 부서에 대해서 근속연수 상한을 설정하거나, 여성 경찰 배치를 늘리도록 요구했다. 유착 비리 대부분은 생활질서계 등 풍속영업 단속 부서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강제력 없어…환골탈태 가능할까

쇄신위는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쇄신위는 위급 상황에서는 경찰이 가택 출입과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단호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치안 강화를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 취약 지역에 대한 경찰력을 강화해 ‘치안 양극화’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쇄신위는 경찰의 후속조치 계획을 보고받고, 추진 사항에 자문한 뒤 오는 12월 해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쇄신안 발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의 실행 의지”라며 “대규모 조직의 관행과 문화를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경찰이 환골탈퇴할 수 있도록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