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은 말기가 될 때까지 눈치를 못 채요. 멀쩡하게 밥 먹고 술 먹는데, 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정날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간 건강을 지키려면 무조건 평소에 간 검사를 꾸준히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창민 대한간학회 이사장(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사진)은 “간질환은 암을 제외한 우리나라 40·50대 사망 원인 2위에 올라 있는데 해마다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간학회는 20일 ‘간의 날’을 맞아 전국 병원을 중심으로 공개강좌와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31개 병원에서 바이러스성 간염 무료 검진을 실시하는 한편 천안외국인인력지원센터에선 외국인 근로자 무료 검진을 진행 중이다. 간학회가 올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주제는 C형 간염이다. 이달 초 전남 진도군민들의 간암 발병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아 보건당국이 정밀 역학조사에 나서는 등 최근 사회문제가 됐다.

김 이사장은 “C형 간염 보유자 중 70%가 감염된 줄 모르고, 이들 중 대부분이 간암으로 진행된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며 “아직 백신도 없기 때문에 평소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 남성들이 특히 간질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소주 맥주 양주 등을 섞어 마시는 폭음 문화와 음주 후 해장술이나 불필요한 약제의 추가 복용, 또 몸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먹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은 간 손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인데도 중년층 남성들은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간암으로 사망한 탤런트 조경환 씨를 예로 들며 “안타까운 분이다. 간경화로 고생하다가 건강이 좋아진 뒤 다시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고 들었다. 평소 술을 좋아했겠지만 술이 세다는 느낌은 본인의 생각일 뿐 간은 너무나 빨리 굳어진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년에 한 번 정도 가까운 동네 병원에 가서 간 기능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했다. 그는 “보험이 적용될 경우 몇 만원이면 피검사 한 번으로 A·B·C형 간염 여부를 2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사람의 혈액이 자신과 접촉되지 않도록 생활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남자들이 대중목욕탕에서 면도기를 돌려 쓰거나 간혹 가족끼리 칫솔을 함께 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