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권이 투표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3선에 도전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17일(현지시간) 투표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찬성 52표,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내달 초로 예정된 하원에서도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투표연령을 낮추는 것은 2010년 동성 결혼 허용에 이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층의 표를 더 얻으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집권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2기 정부를 출범시켰다. 대통령 선거 득표율은 54%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 매니지먼트앤드피트 조사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 등 경제 불안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를 기록했다.

젊은층을 끌어들여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재선까지만 허용한다. 개헌을 위해선 상원과 하원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선거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석 수를 확보한 뒤 개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러나 투표연령을 낮추는 것이 선거 결과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이 1~2%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16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지는 나라로는 오스트리아와 니카라과, 에콰도르, 브라질 등이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