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했다. 실질적인 소비능력을 반영한 소득에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 소득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국민계정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구매력평가 기준(PPP·Purchasing Power Parity) 1인당 국민소득은 3만340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평균(3만2566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국가별로 물가와 환율 등을 고려해 한 나라의 실질 경제능력을 따지는 경제지표다. 시장환율로 환산해 국가 간 경제수준을 비교할 때 쓰는 통상적인 1인당 국민소득과 구분된다. 국가 간 물가 수준이 달라 시장환율로 환산한 국민소득의 경우 실질 구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한국의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은행이 통계를 시작한 1980년 2340달러에 불과했으나 1993년 1만310달러로 처음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10년 만인 2003년 2만200달러에 달했고 또다시 8년 만에 3만달러를 돌파했다.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은행에 국민계정을 제출하고 있는 162개국 중 24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70달러로 28번째였다. 박영환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국민소득의 규모나 순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는 카타르로 8만7030달러에 달했다. 룩셈부르크가 6만4410달러로 뒤를 이었으며 노르웨이(6만2970달러) 싱가포르(5만9790달러) 스위스(5만2320달러) 홍콩(5만1490달러) 미국(4만8890달러) 등 순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카타르 싱가포르 홍콩 일본(3만5530달러)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일본과의 격차는 2010년 5980달러에서 5190달러로 축소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 내 의식주나 복지 문화 등의 소비가격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실제 구매력으로 본 한국의 생활 형편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소득 수준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과장은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 개념인 데다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도 포함하기 때문에 체감 경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서민 경제와 밀접한 식료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