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가 줄을 잇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를 포함해 70명에 가까운 각료 및 의원들이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으로 우익성향인 자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기시돼 오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일상화하는 양상이다.

물꼬는 아베 총재가 텄다. 야스쿠니의 연례행사인 ‘추계대제(秋季大祭·17~20일)’ 기간에 맞춰 지난 17일 신사 참배에 나섰다. 그는 참배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에 대해 자민당 총재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밝히기 위해 참배했다”고 답했다.

18일엔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국토교통상과 시모지 미키오(下地幹郞) 우정민영화 담당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타 국토교통상은 지난 8월15일에도 마쓰바라 진(松原仁) 당시 국가공안위원장과 함께 야스쿠니를 찾았다. 국민신당 소속의 시모지 우정민영화 담당상은 각료가 된 뒤 첫 야스쿠니 참배였다. 이들은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이다. 이번 추계대제 기간 중 야스쿠니를 방문한 여야 의원들은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쳐 67명에 달했다.

8월15일의 50여명에 비해 규모가 더 커졌다.

민주당 정권은 2009년 출범 이후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 당 차원에서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금지했다. 하지만 8월15일 하타 국토교통상 등 2명이 참배에 나서면서 이런 불문율이 깨져버렸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극우 정치인들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는 애써 눈을 감는 분위기였다. 하타 국토교통상은 “사적이고 개인적인 참배이기 때문에 외교에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모지 우정민영화 담당상도 “국민신당 간사장 자격으로 참배했다”며 “외교상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도하기 위한 시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돼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