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재임한 4년 동안 수많은 원유시추 허가가 취소됐다. 허가권을 얼마나 많이 취소했느냐.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치며) 4년 동안 더 많은 원유를 생산했다. 롬니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

미국 대통령선거(11월6일)를 3주 앞둔 16일 저녁(현지시간) 열린 2차 TV토론회는 링 위에서 벌어진 수탉 싸움을 연상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차 토론 때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초반부터 롬니 후보를 ‘부자들의 꼭두각시’라고 몰아세우며 거칠게 공격했다. 롬니가 한때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1차 토론 때와 달리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타운홀 미팅 방식에 사회자가 2분 내에 답변하도록 시간을 정하는 토론을 가미해 진행됐다. 사회는 CNN의 여성 앵커 캔디 크롤리가 맡았다.

두 후보는 일자리 창출, 에너지 자급, 감세정책 등 국내 문제와 리비아 영사관 피습 사태, 중국 문제 등 외교 및 통상정책 등을 놓고 시종일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에너지 자급’과 관련한 논쟁에서 두 사람은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바짝 다가서 말싸움을 벌여 청중들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중국이 도마에 올랐다. 롬니 후보는 “중국이 환율조작 등 각종 불공정 거래를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는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시절 일자리를 중국으로 아웃소싱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며 중국을 강하게 공격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롬니 후보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줘야 한다”며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고임금과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직후 CNN방송과 여론조사업체 ORC인터내셔널이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오바마를, 39%는 롬니를 각각 ‘승자’로 지목했다.

CBS 방송 조사에서도 오바마가 선전했다는 의견이 37%로 롬니(30%)보다 앞섰다. 이에 따라 1차 토론 이후 지지율이 떨어졌던 오바마 대통령이 막판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차 토론회는 오는 22일 플로리다주 린대학에서 열린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