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사진)는 17일 대기업 개혁 문제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피니언리더스클럽(OLC) 조찬강연에서 “현실적으로 이미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데 그걸 ‘오늘 끊어라, 내일 끊어라’ 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는 경제공동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선명성이나 이념에 매몰되거나 극단적인 접근을 하면 오히려 공동체의 긴장감을 강화시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금융회사의 부도덕성 등으로 위기가 발생했다”며 “단순히 재벌의 소유 규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재벌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느냐, 이 상태로 경쟁력이 유지되느냐 하는 것이고, 재벌 해체는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자칫 국가의 간섭이 될 수 있고, 규제와 탈규제 문제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