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개통하면 급전 대출" 사기단 적발
‘휴대폰을 개통하면 최대 5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줬던 서민들이 최대 100만원대의 휴대폰 요금 폭탄을 맞았다.

카드 장기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무직자 유모씨(37)는 지난 7월 ‘저금리 소액 대출’이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휴대폰을 개통하면 현금 300만~500만원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 측에서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 등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다. 유씨는 자신의 명의로 3대의 휴대폰 개설이 되도록 해주고 총 60만원을 받았지만, 사용하지도 않는 휴대폰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매달 수만원씩 2년간 납부하게 됐다. 휴대폰을 개설한 사람들이 유씨 명의의 전화 3대를 ‘대포폰’ 유통업자 등에 되팔았고, 통신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가로챈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5000여대의 휴대폰을 개통한 뒤 통신사 보조금을 챙기고 휴대폰을 내다판 혐의로 총책 최모씨(41)를 구속하고, 휴대폰 유통책 이모씨(31)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부천과 서울 강서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론입니다. 저금리 신용대출 가능합니다’ 등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낸 뒤, 이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유씨 등 2100여명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 5000여대를 재판매해 35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식 개통이 아닌, 3개월만 유지되는 가(假)개통’이라고 대출자를 속여 24개월 할부구매동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휴대폰이 개통되면 통신사들이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대당 40만~60만원씩 받아 이 중 20만원을 매달 10만원씩 2개월간 갚는 조건으로 대출자들에게 줬다. 개통된 휴대폰은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대당 30만~50만원에 되팔아 차액을 챙겼다.

이들을 통해 돈을 빌린 대출자들은 주로 20~40대 신용불량자들이었다. 대출자 대부분은 휴대폰이 실제 개통돼 사용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떠안게 될 줄 모르고 대출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을 개통해 20만원을 받았다면 24개월 동안 단말기 할부금과 기본료 등으로 총 100만원을 갚아야 한다”며 “이 경우 대출자는 연 250%의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