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정서적으로 준비시키는 것이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헨리 리드헤드 영국 서머힐 스쿨 음악교사(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왕따,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학생들에게 똑같은 학업 성취를 이루라고 강요하면서 정서적 발전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머힐 스쿨은 영국 동남부 서퍽주(州)에 있는 대안학교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만 수강하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수준에 맞는 학년에 소속된다. 학교는 필기시험을 비롯해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는 어떤 평가도 하지 않는다. 출석 확인도 없다.

서머힐 스쿨은 영국의 교육철학자 A S 닐이 “아이들은 부모나 교육자가 원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념으로 1921년 세웠다. 헨리 리드헤드는 현 교장인 조 리드헤드의 아들이자 창립자 닐의 외손자다. 그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2012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해 서머힐의 교육철학을 소개한다.

리드헤드는 서머힐 스쿨의 교육철학을 ‘자유’로 요약했다. 그는 “서머힐은 어린 학생들에게 각자의 학업적 특성에 맞춰 발전할 수 있다는 자유를 준다”며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허락하고 이를 통해 인생 전반에 대한 정서적 기초를 쌓고 배움의 기쁨을 계속 간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진행하는 음악수업도 마찬가지다. 커리큘럼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대부분 1 대 1 수업으로 진행하고 각 학생의 능력과 개성에 맞게 수업 내용을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에 특별한 커리큘럼은 없다”고 답했다. 모든 학생이 각각 다른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머힐 스쿨의 모든 정책은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학교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지나친 자유를 주는 것이 방종으로 흐를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리드헤드는 “서머힐 스쿨의 91년 역사 속에서 그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와 건강을 위해 아주 실용적이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된다. 리드헤드는 “서머힐은 학업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학교”라고 강조했다. 공부를 통해 성공하길 원하는 학생에게는 박사과정 준비 수업 등 그에 걸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목표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신뢰받아야 한다”며 “이를 희생하면서 얻어야 할 학업적 성취는 없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