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기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어떻게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려는 문 후보 측 시도에 안 후보 측은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자”며 퇴짜를 놓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정책 협의를 위해 만나자는 문 후보 측 제안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참여 없이는 안된다”며 ‘3자 회동’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도 가세해 “무소속 대통령은 재앙”이라며 안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15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선대위 회의를 열고 “국민의 새로운 정치 염원이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로 박 후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란 의구심도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이 더 적임이라는 국민 평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 문재인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이 같은 정당후보론이나 단일화 논의에 대해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은 각자 열심히 새 정치를 위해 민생비전을 갖고 국민과 소통해야 할 때”라며 “(후보 단일화도) 단일화가 아니라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안철수 정부가 탄생한다면 각 정당이나 재벌들도 큰 틀에서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둘 이상이 모여 하나의 후보를 내는 ‘단일화'보다 각 세력이 연대·연합을 통해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대통령 옹호론’과 일맥상통한다.

문 후보 측이 경제민주화 등 정책 논의를 위해 박 후보나 안 후보 측과의 ‘양자 회동’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3자가 만나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새누리당 쪽에서 안 후보를 뺀 ‘박 후보-문 후보 만남’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국회 차원의 일’로 한정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이 있고,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이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입법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 정책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유력 대선 후보가 모두 모이는) 3자 협의가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과 ‘양자 회동’을 갖게 되면 단일화를 제외한 다른 굵직한 정책 이슈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일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안 후보가 강조해 왔던 정치혁신 등도 화두에서 밀려나 그는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도 이 같은 양측 간 ‘불협화음’에 가세했다. 이혜훈 당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안 후보 측 현역 의원은 단 한 명으로 무소속 대통령이 되는 순간 나머지 298명이 야당 의원이 된다”며 “사실상 국회의원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순탄한 국정 운영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소속 대통령’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무소속이 당선되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안하무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이현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