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한국 정부가 세계은행에 출연할 9000만달러의 협력기금을 북한 지원에는 쓸 수 없다고 15일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니다”며 “협력기금은 회원국에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북한엔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김 총재와 만나 9000만달러의 협력기금을 2013년부터 3년 동안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박 장관은 또 김 총재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제금융기구의 한국 사무소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며, 설립 후보지로는 인천 송도나 서울 중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체결식에서 “한국의 국제개발 경험은 많은 개도국에 귀중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을 예로 들며 개발 원조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개발원조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진정한 변화를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은 일자리”라며 “세계은행은 한국 기업과 협력해 개도국을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연대(solidarity)’를 주창했다. 그는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팽배한 상황에서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연대”라며 “세계은행은 전 세계의 빈곤 감소를 위한 ‘해법 은행(solution bank)’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바뀌면 세계은행과 협력해 대한민국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