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미국 금융위기(2008년), 유로존 재정위기(2010년)에 이어 신흥국발 세 번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신흥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제3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이를 ‘세계 경제위기 3.0’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던 신흥국 경제의 견인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불황에 가까워졌다”고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진단했다.

◆신흥국 둔화로 세계 경제 정체

국제통화기금(IMF)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높고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칠레 멕시코 등 12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새로 산업화된 선진국에 포함시켰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사이트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 6.7% 성장했던 이들 신흥국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평균 5.8%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제이콥 프렌켈 JP모건 인터내셔널 회장도 “신흥국은 세계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 성장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주 중 발표될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7.4%다. 지난 3년 중 가장 낮은 3분기 성장률이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 소비의 65%, 구리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미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중국의 소비 둔화 탓에 세계 금속 소비량이 1%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지면 세계 원자재 가격이 1.5%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인도 호주 캐나다 등 원자재 수출국이 휘청거리는 이유다.

중국 소비가 줄어들어 한국 일본 대만 등은 전자제품을 포함한 공산품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독일의 대(對) 중국 기계류 수출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자산가격 상승 우려로 예전 같은 고성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과거처럼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더십은 실종, 손발도 안 맞아

블룸버그는 “새롭게 부상하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글로벌한 정책 협력이 중요한데도 각국은 이견만 보이며 불안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신흥국발 경제위기의 파급력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이유로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 등은 양적완화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브라질 러시아 일본 싱가포르 등은 반대하고 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IMF 총회 뒤 “몇몇 국가들이 재정적자를 늘려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를 높여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야 세계 경제 성장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통화가치 상승은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