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구상화가 구자동 씨(44). 전통적인 구상 회화를 진부하게 여기는 최근 추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물화와 인물화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대상 자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대 중반에 사실주의 회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대에서 5년간 구상 회화의 기량을 닦은 ‘러시아 유학 1세대’ 화가다.

‘온기와 정감이 있는 재현의 장’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정물화 및 인물화, 풍경화 등 35점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꽃, 인물, 풍경 등 대상과 청량한 빛이 색채의 변주를 빚어내기 때문이다. 배경 화면을 모노크롬으로 단순 처리해 꽃이나 인물 같은 주제를 부각시키면서 작품 전체 이미지를 담백, 경쾌하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소위 ‘구자동표 꽃그림’ 마니아층이 형성된 배경이다.

그는 “최근 체리를 소재로 한 작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점을 완성하는 데 2개월 정도 걸린다는 체리 시리즈는 그동안 태양에만 의존했던 빛의 산란을 은박지를 통해 확장시킨 게 특징이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