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자산가, 채권형 펀드에 1억 투자 연 8% 수익
서울 삼성동에 사는 자산가 이모씨(42)는 최근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채권에 눈을 뜨라”고 조언한다. 올초부터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등에 약 1억원을 투자한 그는 현재까지 투자상품별로 연 8%를 조금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정기예금에만 돈을 묻어두고 연 3%대 금리 때문에 속상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주식을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원하는 친구들에게 채권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강남부자들 사이에 채권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해외 채권형 펀드에 몰린 돈은 1조5200억원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해외 채권형 펀드에 7600억원이 투자됐다. 프라이빗뱅킹(PB) 센터는 물론 일반 은행 창구에서도 채권형 펀드가 붐이다.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연 10%를 넘는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연 6.81%)보다 높았다.

◆만기보유 VS 차익실현

채권 투자가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2~3년 전만 하더라도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며 “저금리 기조와 불황,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전망 등이 겹쳐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위성호 신한은행 자산관리(WM) 담당 부행장은 “과거에는 채권 투자 자체가 ‘큰손’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소액·펀드 형태의 채권투자가 급증한 것은 올 들어서부터”라고 말했다.

채권투자는 발행 당시 정해져 있는 쿠폰금리로 1차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채권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만기 보유 전에 내다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채권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진다 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정된 쿠폰금리를 받는 만큼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많다.

최근 채권투자는 주식투자와 비슷하게 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국채가 큰 인기를 끌며 팔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원기 하나은행 강남PB센터 지점장은 “30년 만기로 정말 보유하겠다는 목적보다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약 차익실현을 추구한다면 채권투자의 ‘변동성’은 주식 못지않게 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연 4% 금리를 주는 채권에 투자했는데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채권 가격은 앉은 자리에서 25%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투자가 괜찮지만 상승기가 다시 오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투자 VS 해외투자
[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자산가, 채권형 펀드에 1억 투자 연 8% 수익
최근 발행한 30년 만기 국채 투자의 경우 대표적인 국내 투자의 형태였다. 앞으로는 해외 채권 투자가 더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강남부자는 지금] 삼성동 자산가, 채권형 펀드에 1억 투자 연 8% 수익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지난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떨어뜨린 것은 시장에서는 악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내 채권형 펀드보다는 해외 채권형 펀드, 특히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국 국공채나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가 유망할 것이라고 이 팀장은 전망했다. 그는 “리스크가 좀 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희망한다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를 추천하고 싶다”며 “2~3년 투자 때 연 7~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차장은 “고객들이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원하고 주식은 위험하다고 여길 경우 채권형 펀드 투자를 많이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올 들어서 투자한 고객들은 대부분 연 7~8%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며 “해외 채권형 펀드에선 앞으로도 이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