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선거 낙선했더니 더 잘 나가네! … KB 회장, 기초과학연구원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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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 금융지주 회장, 안철수 대선 후보의 경제정책 총괄역을 맡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의 공통점은?
이들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과거 대학총장 선거에서 낙선의 쓴 맛을 본 인물들이다. 당시 총장이 되는 데 실패한 뒤 대학의 품을 떠나 사회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학총장보다 비중 있는 자리를 꿰찬 경우도 많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총장 선거 낙선에도 불구하고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대 총장의 경우 통상 '장관급' 위상을 갖는다. 또 대학총장 직은 명예로운 자리란 인식이 강하다. 많은 교수들이 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다.
어윤대 KB 금융지주 회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냈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이름을 떨치며 연임을 노렸지만 2006년 선거에선 바뀐 투표 방식에 걸려 탈락했다. 총장 재임 시절 강력한 대학개혁 드라이브에 반감을 가진 교수들이 네거티브 방식 투표를 통해 어 회장의 총장 연임을 좌절시켰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주관하는 '예비심사' 투표는 총장이 돼야 할 사람을 뽑는 기존 방식이 아닌 '총장이 돼선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는 투표였다. 투표에 참가한 교수들의 네거티브 표를 과반 받으면 탈락하는 내용이었다. 어 회장은 당시 고려대 교수 약 80%의 표를 받아 총장 연임에 실패했다.
어 회장은 이후 반전 행보를 펼쳤다.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2010년 KB 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비록 총장 연임엔 실패했으나 CEO형 총장의 대표 주자로 실적을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 좌장' 으로 영입된 장하성 교수도 2010년 고려대 총장 선거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장 교수는 고려대 김병철 현 총장, 염재호 교수와 함께 예선을 거쳐 총장 최종후보 3명에 포함됐으나 사퇴서를 냈다. 그는 학교 법인이 이미 총장을 내정했다며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뒤 후보에서 사퇴했었다.
'장하성 펀드'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는 학내 보직인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오래 맡아 고려대 경영대를 크게 발전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총장 후보 사퇴 이후엔 대외활동이 뜸했으나 이번 대선에서 전격적으로 안 후보의 경제정책 총괄역으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형 국책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초대 수장이 된 오세정 원장도 2010년 서울대 총장 선출 절차에서 낙선했다. 국립대인 서울대 총장은 내부 투표를 거쳐 1, 2 순위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당시 오연천 현 서울대 총장이 1순위, 오 원장이 2순위로 추천돼 결국 탈락했다.
오 교수는 이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거쳐 기초과학연구원장을 맡아 기초과학 연구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구현 자유기업원 이사장 역시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연세대 총장 공모에 응했지만 낙선했다. 원래 연세대 교수였던 그가 '외부 인사' 로 총장 후보에 등록하면서 학내 교수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연세대 교수는 내부 인사로 등록해 자체 투표를 거쳐 총장 후보로 올리는 게 관행이었으나 정 이사장이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총장 낙선 후 곧바로 한국경영교육인증원장이 된 데 이어 올해 자유기업원 이사장에 선임됐다.
2010년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서 경합을 벌이다 낙선한 강혜련 교수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으로, 이공주 교수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회장으로 각각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서울의 한 유명 대학 관계자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대학총장 물망에 오를 정도의 인사면 대내외 활동 경력이 왕성했고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 회장의 경우 낙선했다곤 하지만 이미 총장으로서의 경영 실적을 인정받은 뒤였지 않느냐" 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장부터 숙명여대 총장 출신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중용하는 등 대학 총장의 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어 잇따라 고위직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이들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과거 대학총장 선거에서 낙선의 쓴 맛을 본 인물들이다. 당시 총장이 되는 데 실패한 뒤 대학의 품을 떠나 사회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학총장보다 비중 있는 자리를 꿰찬 경우도 많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총장 선거 낙선에도 불구하고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대 총장의 경우 통상 '장관급' 위상을 갖는다. 또 대학총장 직은 명예로운 자리란 인식이 강하다. 많은 교수들이 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다.
어윤대 KB 금융지주 회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냈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이름을 떨치며 연임을 노렸지만 2006년 선거에선 바뀐 투표 방식에 걸려 탈락했다. 총장 재임 시절 강력한 대학개혁 드라이브에 반감을 가진 교수들이 네거티브 방식 투표를 통해 어 회장의 총장 연임을 좌절시켰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주관하는 '예비심사' 투표는 총장이 돼야 할 사람을 뽑는 기존 방식이 아닌 '총장이 돼선 안 될 사람'을 떨어뜨리는 투표였다. 투표에 참가한 교수들의 네거티브 표를 과반 받으면 탈락하는 내용이었다. 어 회장은 당시 고려대 교수 약 80%의 표를 받아 총장 연임에 실패했다.
어 회장은 이후 반전 행보를 펼쳤다.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2010년 KB 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비록 총장 연임엔 실패했으나 CEO형 총장의 대표 주자로 실적을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 좌장' 으로 영입된 장하성 교수도 2010년 고려대 총장 선거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장 교수는 고려대 김병철 현 총장, 염재호 교수와 함께 예선을 거쳐 총장 최종후보 3명에 포함됐으나 사퇴서를 냈다. 그는 학교 법인이 이미 총장을 내정했다며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뒤 후보에서 사퇴했었다.
'장하성 펀드'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는 학내 보직인 경영대학장과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오래 맡아 고려대 경영대를 크게 발전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총장 후보 사퇴 이후엔 대외활동이 뜸했으나 이번 대선에서 전격적으로 안 후보의 경제정책 총괄역으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형 국책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초대 수장이 된 오세정 원장도 2010년 서울대 총장 선출 절차에서 낙선했다. 국립대인 서울대 총장은 내부 투표를 거쳐 1, 2 순위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당시 오연천 현 서울대 총장이 1순위, 오 원장이 2순위로 추천돼 결국 탈락했다.
오 교수는 이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거쳐 기초과학연구원장을 맡아 기초과학 연구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구현 자유기업원 이사장 역시 삼성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연세대 총장 공모에 응했지만 낙선했다. 원래 연세대 교수였던 그가 '외부 인사' 로 총장 후보에 등록하면서 학내 교수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연세대 교수는 내부 인사로 등록해 자체 투표를 거쳐 총장 후보로 올리는 게 관행이었으나 정 이사장이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총장 낙선 후 곧바로 한국경영교육인증원장이 된 데 이어 올해 자유기업원 이사장에 선임됐다.
2010년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서 경합을 벌이다 낙선한 강혜련 교수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으로, 이공주 교수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회장으로 각각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서울의 한 유명 대학 관계자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대학총장 물망에 오를 정도의 인사면 대내외 활동 경력이 왕성했고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 회장의 경우 낙선했다곤 하지만 이미 총장으로서의 경영 실적을 인정받은 뒤였지 않느냐" 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장부터 숙명여대 총장 출신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중용하는 등 대학 총장의 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어 잇따라 고위직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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