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한국 및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사태를 조기에 봉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일본 외무성의 초청을 받아 11일 일본을 방문했다. 뤄 국장은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조만간 양국 차관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지난달 25일 유엔총회장에서 만나 센카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사태가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외교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도 전날 “중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와 3위로 상호 의존도가 깊어지고 있다”며 “양국 사이가 냉각되면 경제 부문에서 양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도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모색해 광범위한 관계에는 별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부총리는 이날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일 관계 냉각을 풀기 위해 필요할 경우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오카다 부총리는 “일본이 센카쿠열도의 섬 일부를 사들인 것은 양국 관계가 긴장 국면에 접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며 “중국이 이를 이해해주길 바라고 빠른 시일 안에 관계 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센카쿠열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필요할 경우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또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라 슈지(吉良州司) 일본 외무 차관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문제를) 단독 제소하는 것이 좋은지와 제소 타이밍을 언제로 할지를 지금부터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단독 제소를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TBS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 한국에 ICJ에 공동 제소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한국이 이를 거부하자 10월 중 단독 제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기라 차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의 단독 제소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일본과 물밑 대화를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여전히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관계가 심각해진 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라며 “일본이 중국의 주권을 해치는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