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투자정보 사이트가 일상적으로 보내는 이메일이었다. 애초 제목만 훑어볼 요량으로 이메일을 열었으나 첫 번째 글 제목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강남스타일 투자’라는 제목의 이 글엔 ‘이 인기의 동영상이 투자자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 반갑고 궁금한 마음에 미소를 머금고 가볍게 제목을 클릭했다. 하지만 미소는 곧 화끈거림으로 바뀌었다.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한국에서 투자는 패션과 같다. 스타일과 함께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는 ‘보통 개미라고 불리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테마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기업 활동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최고경영자(CEO) 관련 소문에 급등락하는 주식을 테마주라고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아버지 박원호 회장이 최대주주인 반도체 장비업체 디아이(DI). 4분기 연속 적자에다 제품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은 이 회사의 주가가 ‘강남스타일’이 히트한 뒤 급등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달 20일 2400원이었던 디아이 주가는 지난 10일 9940원까지 올랐다. 글은 ‘이것이 당신의 투자 의욕을 불타게 하지 않느냐’는 냉소적인 문장으로 끝났다.

이 사이트만이 아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도 지난주 ‘강남스타일에 투자하기: 버블리팝(Bubbly Pop)’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이 쓴 이 기사는 오너 자녀의 결혼과 대통령 선거 등이 한국의 대표적인 ‘테마’라고 썼다. 지난해 CEO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찍은 사진이 있다는 헛소문으로 1400원대였던 주가가 4200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던 대현 등을 사례로 꼽았다. 테마주에 몰리는 한국 증시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말춤 동영상의 유행이 어떻게 (디아이의 주력 제품인) 웨이퍼 테스트 기판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비꼬았다.

강남스타일 돌풍을 타고 상승세를 지속하던 디아이는 결국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11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강남스타일’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후진적인 투자 문화를 비꼬는 키워드로 등장한 현실이 부끄럽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