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께 출범하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체제에서 금융·외교 분야를 담당할 수장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3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인민은행장에는 러우지웨이(樓繼偉·61) 중국투자공사(CIC)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담당 부총리에는 왕후닝(王扈寧) 공산당 정책연구실 주임이 거론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금융계 소식통을 인용, “러우 회장이 인민은행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10년 동안 인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우샤오촨(周小川·64) 행장은 은퇴해 정부 자문역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중국 차기 정부의 요직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주석과 국무원 총리 등을 뽑은 뒤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다음달 열리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거치면서 부총리와 장관급 주요 보직은 거의 결정이 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소식통은 “러우 회장은 지난 5년간 CIC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어 승진을 할 것”이라며 “그의 다음 자리는 저우샤오촨이 물러나는 인민은행장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가에서는 궈수칭(郭樹淸) 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과 샤오강(肖剛) 중국은행장도 차기 인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러우 회장은 CIC 회장에 선임될 때 친분이 두터운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의 강력한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왕 부총리가 앞으로 어떤 직책을 맡느냐에 따라 러우 회장의 인민은행장 선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재정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한 러우 회장은 올초 재정부장(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저우 행장은 내년에 65세로 고위직 정년을 맞기 때문에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저우 행장은 은퇴 후에도 정부의 자문역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계 거물인 다이샹룽(戴相龍·67)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이사장도 내년에 은퇴할 예정이다. 사회보장기금은 자산 규모 1조위안인 중국 최대 연기금이다.

공산당 최고 이론가로 꼽히는 왕후닝 주임은 내달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선출된 뒤 내년 초 외교담당 부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SCMP는 보도했다.

중국은 차기 정부의 외교사령탑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나 양제츠 외교부장은 정치국원이 아니어서 외교정책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ADVERTISEMENT

왕 주임이 외교담당 부총리를 맡을 경우 외교정책 기구도 크게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왕 주임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등 공산당 지도이념을 만든 일등 공신으로 여러 계파와 두루 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외교부장에는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이 유력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