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리기 문제가 급기야 외국 언론에까지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제 사설에서 한국에서 대기업 그룹이 전례없는 반기업정서에 직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성장과 소득격차 확대에 분노하는 대중들에게 이른바 재벌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WSJ는 대선후보들이 기업을 공격하는 것으로 정치소재를 삼는 나라가 미국만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필요한 것은 시장을 통한 경쟁이지, 정부 간섭이 아니라고 충고했다.

이렇게 경제민주화 구호가 점차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돼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석학들도 유독 이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질문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예 경제 자유화라는 말로 알아듣는 학자도 있다. 같은날 월지에 칼럼을 기고한 라파엘 아미트 미국 와튼스쿨 교수의 비판은 보다 직접적이다. 그는 ‘한국의 소모적인 대기업 전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대선후보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꾸로 촉구했다. 이른바 재벌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산업화를 이룬 선도자였고 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도 이 같은 한국의 성장모델은 지금은 물론 가까운 장래에도 계속 작동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실제로 아미트 교수가 속한 와튼스쿨을 비롯 미국 MBA스쿨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는 기업가정신,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성공사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한국 정치는 그것을 부수려드는 중이다. 어제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공정경제’도 결국 재벌 지배구조를 해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후보도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을 줄줄이 준비 중이다. WSJ는 미국과 한국의 대선 정치판이 똑같다고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낫다. 세금을 줄여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동의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