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개인 명의만 빌려주면 현금을 주겠다고 유혹, 수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현금 지원을 미끼로 고객 몰래 휴대폰 700여대를 불법으로 개통한 뒤 이를 중고 매입업자들에게 팔아 5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휴대폰 판매업자 정모씨(35) 등 5명을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황모씨(26)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미아동의 텔레마케팅 사무실에서 “가상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면 현금 15만원을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자신의 명의가 악용되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피해자에겐 “휴대폰을 개통한 뒤엔 즉시 폐기할 것이니 걱정마라”고 안심시켰다.

피해자들은 휴대폰 판매 대리점에서 전화가 오면 “개통을 원한다”고 대답을 하고 현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씨 등은 처음 약속과 달리 개통된 휴대폰은 바로 폐기하지 않았다. 통신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3개월 동안 사용한 뒤 중고 매입업자에게 개 당 수십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이들은 또 게임 머니와 같은 소액 결제에 해당 휴대폰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3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최대 250여만원에 달하는 요금 통지서를 받았다.

정씨 일당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대부업체에서 건 당 100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체가 넘겨준 개인 정보는 대부분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신용 불량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현금을 지원해준다는 전화는 사기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개통한 휴대전화에서 발생한 요금은 명의 당사자에게 부과된다”고 경고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