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Innovation, No Future.’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명함에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뜻의 이 문구를 새겨 다닌다. 21세기엔 초일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판단에서다. 2004년 세계 10위였던 LS전선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줄곧 임직원에게 “세계 1등이 되자”고 강조해온 이유다.

취임 당시 직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구 회장의 ‘1등 플랜’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나갔다. 2008년 북미 최대 전선기업 슈페리어 에식스를 인수하며 세계 7위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른 뒤 2015년까지 ‘글로벌 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0일 아시아기업 최초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전력 케이블 공장을 완공하며 불가능에 가까웠던 1등의 꿈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1등 전선회사로 도약

LS전선이 케이블 공장을 완공한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버러시. 슈페리어 에식스의 기존 통신 케이블 공장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작년 5월부터 1년5개월간 7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전체 14만㎡(약 4만2000평) 부지에서 배전용 중저압 케이블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로써 LS전선은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이머징마켓에 이어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세계 1, 2위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과 프랑스 넥상스에 비해 선진 시장에서 약세를 보여왔으나 이제는 제대로 맞붙을 수 있게 됐다.

구 회장이 “미국 공장 준공은 LS전선 50년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단순히 하나의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는 것을 넘어 LS전선의 글로벌 경영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슈페리어에식스와 같은 출자 회사와 LS전선의 자체 해외 거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2015년 ‘글로벌 넘버원 케이블 메이커’가 되기 위해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케이블 3총사’가 신성장 동력

구 회장이 ‘세계 1위 등극’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LS전선이 생산 능력에서도 선두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미래형 제품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S전선은 지난해부터 200㎸ 이상의 초고압케이블에서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카자흐스탄과 파라과이, 카타르 등에서 잇따라 관련 프로젝트를 따냈다.

특히 지난 6월 넥상스가 버티고 있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225㎸ 초고압케이블 공사를 수주했다. 초고압케이블은 많은 전력을 한꺼번에 보낼 수 있어 중동과 중남미 등 전력망을 새로 깔아야 하는 신흥 국가에서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육지와 섬 사이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도 LS전선의 미래 성장 동력이다. 이미 국내에서 제주와 진도 간 해저`케이블 공사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속에 매설하는 첨단 전선이어서 부가가치가 높았지만 그동안 프리즈미안과 넥상스가 독식해왔다.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 케이블도 LS전선의 주력 분야다.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뒤 국내에서 한국전력 이천변전소에 초전도선을 설치했다. 초전도케이블은 송전 과정에서 손실 없이 전력을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영토가 넓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