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 만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QE3) 발표 이전 수준인 1950 밑으로 떨어졌다. 3분기 국내외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 펀드 환매로 인한 기관들의 순매도, 암울한 글로벌 경기 전망 등 3대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상승 요인(모멘텀) 없이 1900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이라며 “실적호전주나 경기방어주 중심의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 한 달 만에 1950 밑으로

10일 코스피지수는 30.82포인트(1.56%) 급락해 1948.2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950보다 낮아진 것은 QE3 발표 이전인 지난 9월11일(1920.00) 이후 한 달 만이다.

국내외 실적 시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코스피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미국은 9일(현지시간) 알코아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3분기 실적 시즌을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올해 기업 주당순이익(EPS) 연간 상승률 전망치가 15%에서 6.7%로 하향 조정됐고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3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됐지만 실적 하향 조정으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있는 116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9월 초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

○펀드 환매로 수급 개선 쉽지 않아

수급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걱정거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월7일부터 이달 8일까지 20거래일 동안 연속해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순유출 금액만 2조1481억원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362억원어치를 팔았다.

펀드 환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1950~2000대에 남아 있는 환매 대기 자금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00~2100대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6조5000억원)와 랩어카운트(4조7000억원)를 합쳐 약 11조원 규모의 환매 대기자금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 정도 환매된다고 보면 1950~2000선 사이에서 7000억~8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펀드에서 순유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옵션만기일(11일)을 앞두고 나오는 프로그램 매도도 단기 부담 요인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도로 차익거래 청산이 일어났다”며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에 따라 만기일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전망도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3%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도 4.1%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8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7%로 낮췄다.

○1900대에서 코스피지수 횡보할 것

전문가들은 “2000을 넘어 상승하기는 쉽지 않고 1900대에서 코스피지수가 횡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변동성은 있겠지만 코스피지수가 심각하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1900이면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8.3배이기 때문에 가격 매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과 경기에 대한 우려로 올 연말 1850까지 밀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불안한 조정은 아니다”며 “최근 많이 오른 중소형주의 경우엔 차익 실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