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한국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맏형’ 가운데 하나다. 반세기 역사를 지닌 데다 14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국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서다. ‘QnA 주식연계증권(ELS)’ 등 스테디셀러 상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바이 코리아’ 펀드 열풍을 일으키며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국민에게 희망을 준 곳도 현대증권이었다.

이런 현대증권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품질 경영’을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올해 4월 부임한 김신 사장이다. 김 사장은 “현대증권이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은 고객에게도 권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품 개발에서부터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증권사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뜯어고치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를 위해 조직체계를 다시 설계했다. 장외 파생상품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외파생본부를 신설했고, 채권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채권사업본부도 재편했다. 랩(wrap)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 사업부문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도 추가했다. 해외 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을 위해 미국 주식 및 해외선물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24시간 해외투자 컨설팅 체계도 갖췄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된 점을 감안해 실시간 종목상담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증권사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한 중개수수료 하락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품질경영은 현대증권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품질경영의 핵심 가치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꼽았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한 뒤, 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키로 했다. 한번 제공한 상품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지는 식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대증권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력 감축으로 단기적으로는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품질경영을 구현해 낼 동력을 잃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증권은 다만 공정한 인사평가와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통해 인재들이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이들과 상대하는 임직원부터 만족시켜야 한다”며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는 현대그룹의 핵심 가치인 ‘4T(Trust-신뢰·Talent-인재·Tenacity-불굴의 의지·Togetherness-혼연일체)에도 녹아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4T 가치에 따라 농민과 장애인, 저소득층,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