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군생활, 30년 만에 소설로 완성"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 문형렬 씨(57·사진)가 장편소설 《어느 이등병의 편지》(다온북스)를 펴냈다. 1970년대 후반 동부전선에서 군 생활을 했던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1982년부터 쓰기 시작해 30년 만에 완성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재수 끝에 지방대학에 들어간 하길오다. 그는 갑자기 젊음을 허망하고 부담스럽게 여겨 모든 이로부터 자신을 감추고 싶다는 생각에 입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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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의 전방부대로 배치받은 그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 동료들과 군 생활을 한다.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둔 장남으로 ‘고문관’ 소리를 들으면서도 열심히 생활하는 황동수, 후방 전출을 하루 앞두고 북으로 넘어가버린 최 상병 등이 서로 엮여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군 시절은 단순히 지나가버린 시간도, 청춘의 통과의식도 아닌 미래의 어떤 근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했다. 군 시절이 자신에겐 ‘눈길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물다섯 살 청춘에서 너무 많은 날들이 멀어지고 또 떠나갔다”며 30년 전의 기억과 그리움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가수 김광석이 생전에 노래로 부르고 싶어 했던 것이기도 하다. 방송 기자로 일했던 작가가 함께 심야 생방송을 마친 김광석에게 이등병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자 “책이 나오면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