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인에 신광수 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이 현 경영진 선임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정관리인은 홀딩스의 계열사인 웅진코웨이 매각 등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법원, 관리인으로 기존 경영진 선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파산부는 8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웅진홀딩스 채권단과의 채권단이 요구해온 제3자 관리인이나 공동관리인 선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행법상 형사책임 등이 확실하거나 특별한 하자가 있지 않으면 회사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구조에 대해 판사가 오랫동안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지 않겠다는 ‘불선임’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이 경우 자동으로 현 대표가 관리인이 되기 때문에, 신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되 채권단의 의견을 존중해서 구조조정 담당임원(CRO) 및 자금관리위원(복수)의 권한을 강화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신광수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경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영향력이 지속된다고 판단해 제3의 관리인을 선임하거나 최소한 웅진 측과 채권단 측이 공동 관리인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원은 9일까지 채권단의 공식의견 제출을 요청했으며, 오는 12일께 회생절차 개시 및 관리인 선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3자 관리인 선임을 허용하면 선례가 돼 다른 기업의 회생절차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매각 당분간 어려울 듯

아직 신 대표 단독 선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채권단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윤 회장의 ‘복심’인 신 대표가 그대로 관리인에 선임되면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 같은 의지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여론을 등지고 웅진 측 단독관리인으로 최종 결정하기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진단했다.

법정관리인은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 통합도산법 제119조(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선택)에 따르면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시작될 때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계약이 남아 있으면 관리인이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신 대표가 관리인에 선임되면 MBK와의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코웨이 매각 시기는 회생 계획안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은 신 대표 중심으로 안을 짜고, 채권단도 별도 안을 만들어 법원에 두 개를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에 코웨이 조기 매각안이 담기고 이것이 인가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앞으로 6개월은 매각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은/박수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