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30] TV토론 실언 한마디에 10개 경합州 지지율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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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10월의 결투' TV토론회
오바마, 1차 토론 '판정패'…16·22일 2·3차전 시선집중
선거인단 싹쓸이'승자 독식'
오하이오·버지니아 등 지지율 움직이는 곳 공들여
표심 움직일 실업률 변수
8% 넘으면 재선 힘들어…부동표 롬니에게 몰릴 듯
'10월의 결투' TV토론회
오바마, 1차 토론 '판정패'…16·22일 2·3차전 시선집중
선거인단 싹쓸이'승자 독식'
오하이오·버지니아 등 지지율 움직이는 곳 공들여
표심 움직일 실업률 변수
8% 넘으면 재선 힘들어…부동표 롬니에게 몰릴 듯
“오바마 대통령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돋보이게 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대통령 후보 첫 TV토론회에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에게 ‘판정패’ 당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역대 후보 토론회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카터 전 대통령보다 뒤떨어진다고 혹평했다. 칼럼니스트인 찰스 허트는 “프롬프터(자막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오바마는 말을 더듬거나 긴장했고, 4년간 숙제를 하나도 안하고 놀기만 하다가 선생님 앞에 불려나간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11월6일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국 대선은 ‘반전 드라마’
미국 대선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3일 열린 1차 TV 토론회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붙이며 압도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세역전’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롬니는 TV토론회에서 8%를 웃도는 실업률, 치솟는 유가 등을 거론하며 오바마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일제히 “롬니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침울했던 롬니캠프는 활기를 되찾았다.
토론회 직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 조사(2일)에서 롬니 후보는 47%의 지지율로 오바마 대통령(49%)을 바짝 따라붙은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롬니가 1차 토론회를 계기로 지지도가 1~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남은 두 차례 대통령 후보 토론과 한 차례 부통령 후보 토론에 시선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오바마 캠프는 ‘1차전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고 롬니 진영은 ‘1차전 재미’를 배가할 찬스다.
오는 16일 뉴욕주 햄스테드에서 열리는 2차 토론은 당원이 아닌 부동층 유권자가 국내외 정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다. 22일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튼의 3차 토론 주제는 외교·안보 정책이다. 이와 별도로 11일 켄터키주 댄빌에서 70세 ‘원로 정치인’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42세 ‘떠오르는 공화당 샛별’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가 정책 토론에 나선다.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미국 대선 절차는 한국과 달리 매우 복잡하다. 선거과정은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을 뽑는 프라이머리·코커스(1~6월) △대통령·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8월 말~9월 초) △대통령선거(11월6일)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사실상 1년간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주별로 실시하는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는 정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다. 한국의 당내 경선으로 보면 된다. 프라이머리는 당원과 함께 일반 유권자들도 표를 던질 수 있지만 코커스는 당원만 참여한다. 예비선거를 프라이머리로 할지, 코커스로 할지는 각 주가 결정한다. 과거에는 코커스가 대부분이었지만 1960년대 들어 비민주적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프라이머리를 채택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
예비선거 가운데 아이오와 코커스가 가장 먼저 열린다. 이번에는 1월4일 열렸다. 여기서 승기를 잡아야 언론의 주목과 함께 정치자금이 몰려 최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11월6일 대선 당일은 엄밀히 말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뽑는 날이다.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날은 ‘선거 해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올해는 12월17일)’이지만 선거인단 선출 결과가 후보의 득표율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날 대통령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승자독식제 때문에 전국 유권자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져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2000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후보는 앨 고어 후보에게 전국 투표 수에서는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런 일은 네 차례 있었다.
◆‘스윙스테이트’의 표심은 어디로
오바마의 ‘굳히기’냐, 롬니의 ‘뒤집기’냐를 가를 막판 외부변수는 역시 경제다. 대선 나흘 전인 11월2일 발표되는 10월 실업률이 최대 관심사다. 5일 공개된 9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은 7.8%로 나와 일단 오바마가 유리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업률이 8%를 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다만 10월 실업률이 다시 8%대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오바마 측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대선의 승부는 경합주, 즉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에서 결정난다. 양당 지지율이 그네를 타는 것(swing)처럼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스윙스테이트라고 부른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 뉴햄프셔 아이오와 콜로라도 위스콘신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10개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각 후보들이 이곳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뽑는 미 대선의 독특한 ‘승자독식 제도’ 때문이다.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다. 각주에 2명씩 배당된 상원의원 100명, 인구비례로 배정된 하원의원 435명, 수도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을 합한 숫자다.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면 당선된다. 선거인단수가 가장 많은 주는 55명인 캘리포니아이며 가장 적은 주는 각각 3명인 버몬트, 델라웨어, 알래스카 등이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동서부 해안에 있는 주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반면 텍사스 애리조나 인디애나 등 남부와 내륙에 있는 주들은 공화당 표밭이다. 오바마가 인디애나주와 같은 공화당 텃밭에서 공들일 이유가 없다.
스윙스테이트 가운데 오하이오는 1순위 공략 대상이다. 1964년 대선 이후 오하이오에서 승리한 후보는 모두 백악관에 입성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자동차 공장 및 부품업체들이 밀집한 오하이오주를 방문할 때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중국 견제 발언을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