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정부가 올해보다 300억유로를 감축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는 소식이다.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3%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부자 증세를 통해 200억유로를 줄이고 나머지 100억유로는 정부 지출을 삭감한다는 것이다. 올랑드 정권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30년 만의 최대 긴축예산안이 되었다. 정권의 결단과는 별도로 극좌성향 시민단체들은 긴축예산을 반대하며 벌써 거리로 나섰다.

좌파정권인 올랑드가 긴축예산을 발표하는 것은 일견 모순이다. CNN 등 외신들 역시 좌파 정권의 긴축예산 방침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3분기 연속 0%의 성장률을 기록한 프랑스다. 공공부문 부채는 GDP의 91%다. 긴축을 하지 않고선 더 이상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이제와서 깨달은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교사 채용을 늘리고 공공부문 고용을 유지하는 등 사탕발림 공약을 많이 내세웠던 올랑드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에서 공공 지출을 줄인다고 하면서도 정작 구체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연간 100만유로 이상 소득자에게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자증세안은 강행하기로 했다. 15만유로 이상의 소득자에게도 45%의 세금을 부과하는 증세안이 새로 나왔다. 부자 증세에서 중산층 증세로 돌아선 셈이다. 특히 기술기업들이 기업을 매각할 때 내는 자본이득세를 60%로 끌어올린 것도 눈에 띈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0.8%로 상승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올랑드 정부다. 그러나 이런 세제 하에서라면 프랑스에서 생산활동을 하려는 기업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혹평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장래에 대해 국민의 66%가 비관적이라고 한다. 올랑드 정권은 출범 수개월 만에 벌써 좌우익 모두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허구적인 공약과 책임 있는 정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올랑드의 딜레마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도 비슷한 처지에 직면할 것이다. 좌경화된 대선 공약들의 운명이 벌써 눈에 보인다. 땀과 노력을 호소하는 대통령 후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