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취직한 대졸 신입사원의 절반가량(48.0%)이 1년 안에 퇴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취직시험에 합격한 대졸자 4명 중 1명(25.1%)은 아예 입사부터 포기하고 있을 정도다. 공식적인 청년실업률만도 6.4%에 이르고, 취직난으로 대학교를 5년씩 다니는 게 흔한 현실에선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졸자들의 조기퇴직 이유가 더 궁금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급여와 복리후생 불만은 23.4%,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 불만은 14.2%였다. 조직과 직무에 대한 적응실패가 가장 높은 43.1%였다. 단순히 낮은 급여와 궂은 일을 기피하려는 나약함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중소기업도 그럴 것이다.

당장의 보수는 낮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면 자연히 중소기업을 뛰쳐나오게 된다. 사실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보다 더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바로 이 점이 중소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고민이 클 것이다. 누가 급여를 더 주기 싫어서 안 주느냐는 항변도 지극히 옳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떻든 신입사원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지 못하는 동안은 장래가 없다. 경영의 투명성, 공채 직원의 성장 가능성, 오너 개인 재산과 기업의 분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동안은 신입직원 누구라도 머지않아 사표를 쓰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 키워낸 자녀들을 5000달러 수준의 눈높이로 취직하기를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 육성한 인재들이 꿈을 펼칠 만한 공간을 갖지 못하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에 모두 손실이다. 중소기업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저 숙련공 전직 금지 정책에 호소하는 등의 방법으로는 인재를 끌어안을 수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합당한 보상을 받는 조건을 만들도록 더 노력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