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재개발 사업중단 비용이 325억?
사업이 중단된 경기 부천의 한 재개발 현장의 시공사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300억원이 넘는 ‘매몰비용(사업에 투입한 뒤 회수할 수 없는 돈)’을 청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천 춘의1-1구역 공동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재개발조합 측에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에 따른 계약해지 통보 및 손해배상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내 “시공사들이 제공한 대여 원금과 대여금 이자, 시공사선정 총회비,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 등을 합해 325억원을 즉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시공사 측은 또 “공문 수령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이 돈을 상환해야 하고, 이 기간 이후부터는 고율의 연체이자를 적용할 것”이라며 “돈이 정산되지 않으면 시공사 측에서는 즉시 조합과 조합원을 상대로 한 강제집행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춘의1-1구역 조합원은 모두 700여명으로 시공사가 요청한 금액대로라면 조합원당 4500만원가량을 갹출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앞서 조합 측은 부천시에 기존 조합에 대한 해산 동의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17일 부천시로부터 조합설립 취소 통보를 받아 사업이 무산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인가 취소로 재개발정비사업의 도급계약이 유지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조합 측에서 공사도급 가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매몰비용 청구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매몰비용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 간에 벌어진 갈등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 수원의 재개발 현장(권선5구역)에서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41억원의 매몰비용을 청구했다.

서울의 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도 사업을 중단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이 본격 추진되고 있어 매몰비용을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전체 매몰비용 중 총회개최비용 등 법적 경비로 인정되는 금액의 일부를 지원해줄 계획이지만, 전체 금액에 미치지 못해 시공사와 조합,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