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가 정신을 쇠창살에 가두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영결과 나쁠때마다 배임 처벌?
대부분 국가들은 민사책임 물어
'창의적인 미래 판단' 위축 우려"
송세련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부분 국가들은 민사책임 물어
'창의적인 미래 판단' 위축 우려"
송세련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능한 판사에게 기업 대표이사직을 맡기면 모두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할까? 우스운 질문 같지만 기업 활동을 어떤 잣대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런 질문과 유사하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경영활동의 결과에 형법이 적용되는 배임에 대한 논의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경영 판단 의도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 일관된 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경영 판단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결정이 요구되는 사전적 기준인 반면 법 판단은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사후 결과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회사의 주주가 경영활동 결과가 나쁘게 나올 때마다 대표이사를 고발하려 한다면 이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기준의 불일치성에 비춰 기업범죄의 기준을 형법에 두는 배임보다는 이미 국내법에 자리잡기 시작한 ‘경영판단의 원칙’, 즉 이해관계 없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더라도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산·적용하고 민사적인 해결책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경영판단에 대해 법적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경영자가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이나 과실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미국에서 확립된 이 원칙은 경영활동이 일정 수준의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들은 배임을 이해관계당사자 간 재산 문제로 보고 민사책임으로 제재를 가한다. 배임을 형법으로 다루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독일 등 일부다. 또한 우리 형법상에는 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으로 나누어 명문화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 판단에 대한 명확한 처벌기준은 명문화돼 있지 않아 배임죄의 핵심인 의도와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당시에는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더라도 사후 해석에 따라 형사 처벌될 가능성마저 있다.
최근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을 대상으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배임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극단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또한 법원의 조정으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1892억원의 손실을 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고, 3년6개월 만에 무죄가 선고된 KBS 정연주 사장 사건도 배임에 대한 해석이 엉뚱하게 적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형법상 배임을 반대한다고 해서 늘어가는 추세에 있는 기업범죄의 양상을 간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근래 특히 다국적기업의 힘은 이미 정부와 사회가 통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문제의식이 국제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고, 우리나라도 개발의 역동성과 정책적 발전기조에 따라 대기업의 힘이 과대한 경제구조로 정착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집단소송제도 등 민법적인 대응도구는 아직 부재하거나 부족하다. 다만 그 최선의 해결책이 강력한 형사법의 적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임의 논의를 할 때 형법이라는 과도한 궁여지책보다는 올바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도입된 지주회사의 정교한 관리, 콘체른 법 도입 검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법제 마련 등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의 혁신의지 고취와 도덕적 해이방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고도의 기업법제와 환경이 요구되는 시대다.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확립하면서 “주어진 사안이 좋은 경영적 판단인지 아닌지 판단함에 있어 법원이 자신의 생각을 대신 끼워 넣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는 기업가들에게 틀에서 벗어나 사고할 것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쇠창살 뒤에 놓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안기는 모순을 오래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퇴는 만능이 아니다.
송세련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yan_song@khu.ac.kr >
경영 판단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결정이 요구되는 사전적 기준인 반면 법 판단은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사후 결과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회사의 주주가 경영활동 결과가 나쁘게 나올 때마다 대표이사를 고발하려 한다면 이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기준의 불일치성에 비춰 기업범죄의 기준을 형법에 두는 배임보다는 이미 국내법에 자리잡기 시작한 ‘경영판단의 원칙’, 즉 이해관계 없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판단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더라도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산·적용하고 민사적인 해결책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경영판단에 대해 법적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경영자가 단기성과에 대한 집착이나 과실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미국에서 확립된 이 원칙은 경영활동이 일정 수준의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들은 배임을 이해관계당사자 간 재산 문제로 보고 민사책임으로 제재를 가한다. 배임을 형법으로 다루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독일 등 일부다. 또한 우리 형법상에는 배임, 업무상 횡령·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으로 나누어 명문화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 판단에 대한 명확한 처벌기준은 명문화돼 있지 않아 배임죄의 핵심인 의도와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당시에는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더라도 사후 해석에 따라 형사 처벌될 가능성마저 있다.
최근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을 대상으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배임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극단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또한 법원의 조정으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1892억원의 손실을 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고, 3년6개월 만에 무죄가 선고된 KBS 정연주 사장 사건도 배임에 대한 해석이 엉뚱하게 적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형법상 배임을 반대한다고 해서 늘어가는 추세에 있는 기업범죄의 양상을 간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근래 특히 다국적기업의 힘은 이미 정부와 사회가 통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문제의식이 국제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고, 우리나라도 개발의 역동성과 정책적 발전기조에 따라 대기업의 힘이 과대한 경제구조로 정착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집단소송제도 등 민법적인 대응도구는 아직 부재하거나 부족하다. 다만 그 최선의 해결책이 강력한 형사법의 적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임의 논의를 할 때 형법이라는 과도한 궁여지책보다는 올바른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도입된 지주회사의 정교한 관리, 콘체른 법 도입 검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법제 마련 등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의 혁신의지 고취와 도덕적 해이방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고도의 기업법제와 환경이 요구되는 시대다.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확립하면서 “주어진 사안이 좋은 경영적 판단인지 아닌지 판단함에 있어 법원이 자신의 생각을 대신 끼워 넣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는 기업가들에게 틀에서 벗어나 사고할 것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쇠창살 뒤에 놓일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안기는 모순을 오래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퇴는 만능이 아니다.
송세련 <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yan_song@khu.ac.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