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자크 라캉의 말대로 현세의 언덕에서 에덴을 꿈꾸는 사람들의 욕망을 빛의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경기도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오는 24일까지 ‘K아트 프로그램(미술가 해외 진출 프로그램)’ 작가 선정 기념전을 펼치는 조각가 심영철 씨(수원대 교수·57)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이성 간의 사랑은 물론 부모와 자식, 가족과 가족, 사회와 사회의 사랑을 시각예술적인 측면에서 성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씨는 미술계에서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통한다. 성신여대 조소과와 미국 UCLA대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1980년대부터 버섯 이미지를 차용한 3차원 영상, 홀로그램, 터치 스크린, 전자음향, 유리, 보석 등을 동원한 설치작업을 발표해왔다. ‘매트릭스 가든(Matrix garden)’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둥근 공과 광섬유를 재료로 ‘사랑의 울림’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20여점을 내놓았다.

그의 최근작 ‘매트릭스 가든’ 시리즈는 여러 개체를 조합한 멀티미디어 공감각 예술이다. 미술과 기술, 음악적 장르를 하나로 통합시킨 7m 대작 ‘빛의 꽃’에 대해 그는 “소리가 있는 풍경을 소우주처럼 묘사했다”며 “신의 오묘한 섭리가 인간 속에 드러나 있음을 깨닫고 자연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표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 ‘전자정원’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이 섬세한 미적 세계를 여성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면 이번 전시작은 영적 세계와 현실의 욕망을 융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둥근 공 등에서 발산되는 신비스런 풍경들이 전시 공간을 장식하면서 관람객들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그는 “과학의 반대편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종교와 인간의 욕망을 첨단 과학기술을 빌려 조형화하려 했다”며 “기독교 신앙을 모티브로 인간의 구원에 대한 소망과 영생 희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면보다 첨단 테크노아트 분야에 일찍 눈을 돌린 것에 대해서는 “조형적, 음악적 요소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을 테크노아트로는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 음악, 미술의 통합을 통해 현대인의 오감을 자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031)283-641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