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근 2년간 퇴직한 4급이상 간부 24명 중 14명(58%)이 법무법인등에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고문으로 취업했다고 한다. 2008년 이후 금융감독원을 퇴직한 1·2급 간부 55명도 증권사등 피감기관에 재취업했다는 소식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뒤 잠잠해졌지만, 유관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특권처럼 여기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고위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것이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퇴직자의 재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이 공모(共謀)한다고 말할 정도로 사정은 심각하다. 경력 제한에 걸리지 않도록 퇴직 직전엔 내부업무만 맡겨 경력을 세탁해주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엄연히 탈법이요 편법이다.

물론 퇴직 공무원들이 업무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전문성을 재활용하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다. 인적 자산을 사장시킬 이유도 없다. 문제는 전관 출신 로비스트를 찾게 만드는 각종 규제 법규와 관료주의적 행정 환경이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법망을 피하거나 우회하는 기술을 가이드하는 전직들의 몸값은 높아진다. 전관들로부터의 청탁 전화는 후배들의 몸을 사리게 만들고 결국은 규제법을 무색케 만든다. 아니 바로 그것이 공정법 등 기업 활동 규제법을 그토록 엄격하게 만들어 놓은 이유 아닌가 말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유관기관 재취업이 부정부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차라리 로비를 양성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래야 연고주의를 추종하는 음성적 로비를 차단할 수 있다. 공직자들을 유관기관에 재취업시키는 ‘뒤봐주기 문화’도 일신해야 한다. 전직들의 재취업을 위해 있지도 않은 협회 등 유관기관을 기어이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의 관료사회다. MB정부도 이 대목에서는 낙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