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재무건전성' 화두

기업들이 재무건전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 모드' 에 돌입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유동성 위기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웅진그룹 사태를 겪으며 너도나도 실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자사주 22만주를 총 696억3000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CJ그룹은 앞서 지난달 10일 밀가루 공장과 택배물류센터 등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팔아 약 1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1조6216억 원이다. 단기 차입금 규모는 대한통운 인수 직후인 지난해 말(1조8927억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2010년 말(1조650억 원)에 비해선 크게 늘었다.

STX그룹은 계열사 지분 매각과 계열사 간 합병에 적극 나섰다. STX메탈과 비상장사인 STX중공업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STX중공업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관측이다.

동부그룹은 계열사별로 먼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말 결산에서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를 대비해 주택사업 충당금과 대손 등 1400억 원 가량의 '잠재부실' 을 미리 반영했다.

동부제철은 4월과 6월에 각각 300억 원과 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동부하이텍은 7월 울산 유화공장 건물을 510억 원에 현대EP에 매각했다. 동부CNI도 지난 6월 54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렇게 확보한 실탄은 재무건전성 확보가 주요 목적이지만 다양한 신성장동력 사업의 투자재원으로도 활용된다.

웅진 사태를 겪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들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의 각종 변수를 점검·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365일 운영되는 글로벌 종합상황실을 통해 즉각 보고체계를 가동 중이며 적절한 재고 관리를 목표로 판매 상황과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달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비상경영체제' 를 선포했다. 전 계열사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체질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