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발표한 개혁안은 유럽연합(EU)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한다. 일부분은 기대 이상이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이 올해보다 400억유로를 줄인 내년 예산안을 발표한 직후 이같이 말했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해도 자체적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하도록 허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이 EU 등이 요구하는 긴축안을 거부하기 위해 구제금융 신청을 늦춰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6일 위험수위인 연 6%대에 진입했던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5.98%로 떨어졌다.

EU와 스페인 간의 구제금융 조건 협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관계자 말을 인용, “실무적으로도 스페인이 발표한 내용은 EU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며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더라도 EU는 긴축안을 강요하는 대신 스페인이 자체 개혁안을 잘 수행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EU가 스페인이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추진하도록 승인할 경우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ECB는 스페인의 단기 채권 매입을 시작한다. 국채 매입이 재개되면 스페인의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져 ‘스펙시트(Spexit·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한편 외신들은 이날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당, 민주좌파와 앞으로 2년간 135억유로를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 시행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다음주 초 트로이카 대표단과 마지막 협의를 한 뒤 최종 승인을 위해 긴축안을 의회에 넘길 예정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