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은행 간 단기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인 리보(LIBOR) 산정 및 관리와 관련된 개편안이 28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주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오던 금리 산정을 영국 정부가 감시·감독하는 게 골자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리보 산정과 관련된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금리 산정 방법과 관련된 10개항의 핵심 권고항도 담았다.

리보는 세계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이를 바탕으로 거래되는 자금은 300조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리보 산정 주체 중 하나인 바클레이즈은행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리보 조작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지난 6월 드러나면서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개편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틴 휘틀리 FSA 소비자·시장 금융국장은 “리보 산정 절차에 ‘리셋 버튼’을 누를 것”이라며 강력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는 “리보는 은행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원래 해야 하는 역할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보 산정을 주관하기 위해 새로운 감독기구를 설립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바클레이즈은행 등 주요 은행들로부터 각각 원하는 단기 차입금리를 제출받아 이를 평균해 리보를 산정해온 영국 은행연합회(BBA)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휘틀리 국장은 “지금까지의 과오를 감안할 때 BBA가 더 이상 리보 산정과 관련된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기구는 (은행업계에서) 독립된 지위를 유지하며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개 이하인 리보 산정 참여 은행 수도 늘어난다. 개별 은행이 리보 산정 과정에서 갖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FT는 “유럽연합(EU)의 유리보(EURIBOR) 산정에는 40개 은행이 참여한다”며 리보 산정 참여 은행이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통화 종류 및 만기에 따라 150개에 이르는 리보 금리 수도 20개로 대폭 줄어든다. 스웨덴 크로네화와 호주·캐나다·뉴질랜드달러 관련 금리는 없어진다. 만기가 4개월 이상인 금리도 폐지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