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상명대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하위 15%) 탈출을 이끈 강태범 총장(62·사진)은 지난해 9월20일 긴급 투입됐다. 같은 달 5일 재정지원 제한대학 명단 발표 후 보름 만이었다.

당시 이현청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학교 이사회는 강 총장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그의 꼼꼼한 성격과 지표 관리 능력을 믿었기 때문. 강 총장은 2005년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 당시 상명대 기획부총장으로 평가 준비를 총괄한 적이 있다. 결과는 전국 4년제 대학 중 12개에 불과한 '최우수 대학교' 선정이었다.

이사회는 학교가 위기에 처하자 시간의 촉박함과 평가지표의 개선 필요성, 두 가지를 주목했다. 이 때문에 대학평가 작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강 총장을 위기의 상명대를 이끌 적임자로 선발했다.

강 총장은 이번에도 철두철미하게 지표를 관리했다. 한 주에 한 번 자체적으로 전국 대학의 지표를 점수화해 순위를 매겼다. 상명대 순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즉시 자구책을 강구하고 개선책을 제시해 목표한 지표 값에 올려놨다.

가장 큰 문제인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전체 교수들을 3주에 한 번씩 불러 모았다. 학과별, 교수별로 학생 취업 할당량을 주고 일일이 체크했다. 취업 여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취업시킬 것인지, 어느 기업과 연결시킬 것인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취업률을 1년새 약 1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강 총장 스스로 지표 향상에 앞장섰다.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총장 집무실 책상엔 늘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가지표 표준점수 순위 비교표와 학생 개인별 취업률 현황표가 놓여 있었다.

학교 구성원들 모두 힘들었지만 강 총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이 과정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상명대 관계자는 "실무 책임자로 평가에서 실적을 거둔 적이 있어 직원과 교수들이 우선 믿고 따랐다"고 귀띔했다.

결국 강 총장은 1년여 전 취임과 함께 "겸허한 마음으로 이 무거운 멍에를 기꺼이 지고 가려 한다. 다시 한 번 구성원의 역량을 모으자"고 호소한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글 = 한경닷컴 김봉구 / 사진 = 변성현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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