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예초기를 사왔다. “어휴~ 남자들이란…” 설명서를 펴놓고 아이처럼 이리 맞췄다 저리 맞췄다 아주 신이 났다. 이상하게 생긴 바가지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몰라 끙끙 애를 쓰더니 턱하니 배낭처럼 짊어지고, 얼굴에는 모기장 같은 걸 쓰고는 “디자인 예쁘지, 어때 폼 나지 않아?”라고 물어본다. 기가 막혀서 “바보 같아”라고 톡 쏘아붙이니 금방 시무룩. 어이쿠. 예초기 같은 단순 무식한(?) 기계를 가지고 예쁘냐고 물어보는 인간이 또 있을까?

아무튼 그 이상하게 생긴 바가지는 안전보호장치란다. 돌이 튀거나 해서 다치는 걸 방지한단다. 모기장 스타일 모자는 당연히 벌에 쏘일 때를 대비한 필수용품.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나뿐인 건 아닐 게다.

조상을 모시는 건 자식된 도리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순 없는 걸까.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봐도 무덤에 이렇게 많은 땅을 쓰는 나라는 글쎄…. 더구나 기계라고는 1년에 단 한 번, 벌초할 때 쓰는 게 다인 도시의 기계치(?)들이 무거운 예초기로 낑낑대며 풀을 깎다가 응급차에 실려갔다느니 말벌에 쏘여 생명이 위독하다느니 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벌초하러 간다는 남편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남프랑스에 있는 ‘생 폴 드방스’란 마을에는 언덕 꼭대기에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이곳은 샤갈의 무덤으로 유명한 관광지라 여행 중 들렀었는데 생각보다 작고 한적해서 “어머나!”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랫동네에 사는 자손들이 갖다 놓은 듯한 알록달록한 꽃들,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십자가…. 묘지라기보단 동화 속에 나오는 공원처럼 아름다웠다.

“뭐 나라마다 장례문화가 다르니까”라고 하긴 했지만, 우리도 이렇게 가까이에 무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양평의 지인은 얼마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집 옆뜰에 수목장을 하셨다. 생전에 어머님이 원하시기도 했지만 돌아가시더라도 가까이서 아침 저녁으로 돌봐드리고 싶어서란다.

작은 돌계단을 두세 개 올라가면 어머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나무 아래 오색조팝과 물망초 꽃을 쪼르륵 심고, 묘비엔 어머님 함자와 애틋한 문구를 새겨 넣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해 딸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가슴으로 다가온다.

나는 막내딸이자 막내 며느리라 그런지 너무 격식에 치우친 제사나 성묘문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뭐 큰소리로 외칠 생각은 없지만 명절 때 몇 주를 빼곤 풀이 무성하게 자라 마치 폐허 같은 산소들을 볼 때마다 “이건 너무 아니다”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부부는 아들 녀석에게 “엄마 아빠가 이 다음에 죽고 나면 화장해서 나무 아래에 뿌려라”고 말해 놓았으니 그렇게 모양 사납게 될 일은 없겠지만.

김혜경 < 이노션월드와이드 전무 hykim@innoce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