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내세워 다른 회사의 제품 판매를 막는 것은 혁신을 억누르는 것입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전 세계에서 특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을 비판했다. 슈미트 회장은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태블릿PC 넥서스7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특정 제조사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계속되는 특허 소송으로 혁신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부문 특허는 20만개가 넘을 정도로 많고 상호 중복돼 복잡한 데다 선행 기술로 가능한 특허가 대부분”이라며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가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서울에 온 슈미트 회장은 “구글은 특허가 아니라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과 특허소송을 벌이는 애플과는 달리 특허를 무기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은 검색 등 구글의 여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구글과 애플은 여러 부문에서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진영에 속해 있는 삼성전자를 도와주기 위해 구글이 주도적으로 특허 싸움에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슈미트 회장은 또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60%), 스마트폰으로 출석을 확인하는 국내 대학들, 싸이의 강남스타일 해외 성공 등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이 정보기술(IT) 분야의 세 번째 변화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크맨 등 하드웨어 등장이 첫 번째 혁신, 아이팟 등 소프트웨어가 두 번째 혁신이라면 한국은 모든 기기를 연결해주는 클라우드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최근 기록적인 판매를 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3 등 5억개 기기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안드로이드 천국”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는 안드로이드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전 세계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앱을 다운받았다. 구글의 콘텐츠 유통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세계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앱을 다운받은 곳도 한국이다.

그는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십분 활용한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갤럭시 넥서스 등 다양한 기기를 만들었다”며 “한국은 ‘안드로이드 천국’”이라고 설명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든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 등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신종균 IM(정보기술·모바일)담당 사장과 면담도 가졌다.

루빈 부사장은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업체와도 태블릿PC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