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기차 연구개발 나섰다…종합기술원, 석·박사급 R&D인력 채용 공고
삼성이 전기자동차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모터와 파워트레인, 소프트웨어 등 전기차 관련 전반을 연구하기 위해 경력을 갖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뽑는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공기전지’가 상용화될 2016년 이후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측은 “전기차 자체가 아닌 전자장치가 중심이 된 부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종합기술원(종기원)은 전기차 관련 연구인력을 다음달 9일까지 모집한다고 삼성 채용홈페이지에 공고했다. 모집 분야는 △전기차 파워콘트롤 유닛 설계 △모터 제어·평가 △배터리 설계·제어 △파워트레인 통합 제어 △전장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기차 반도체 설계 등이다. 석·박사를 대상으로 하며 석사의 경우 6년 이상 해당 분야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종기원은 수천명의 연구인력이 일하는 명실상부한 삼성의 중앙연구소다. 5~10년 후 상용화될 중장기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미래 반도체 성능을 100배 높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종기원은 그동안 연료전지 등 배터리 외엔 전기차 관련 연구를 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전기차 인력을 뽑는 것을 리튬공기전지 상용화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공기전지는 전기차의 가장 큰 한계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600㎞ 이상으로 늘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배터리다. 3~4년 전부터 IBM 도요타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돼 약점이었던 충·방전 횟수를 늘려주는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종기원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한국전기화학회와 리튬공기전지 국제세미나를 열고 수명을 늘린 리튬공기전지 셀을 공개하기도 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기업과 학계가 힘을 합치면 리튬이온보다 큰 부피, 충·방전 문제 등을 5년 안에 해결하고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튬공기전지 상용화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전기차의 탄생을 의미한다.

삼성은 2000년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매각한 뒤 ‘바퀴 달린 것은 냉장고 외엔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삼성이 전기차 연구를 시작한 것은 전자기술과 배터리가 중심이 될 미래 전기차 산업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전자 라이벌인 LG는 수년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차체 설계까지 아우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5년까지 전기차 기술에만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등 세계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정된 전기차 관련 연구인력을 놓고 자동차와 전자업계 간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리튬공기 2차 전지

전기를 충전하는 2차 전지의 양극 물질로 쓰는 니켈 등 금속 산화물을 공기(산소)로 바꾼 차세대 배터리. 음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고체 전해질을 지나 양극에서 산소와 겹합,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용량을 10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금속을 쓰지 않아 제작비가 싸고 무게도 가볍다. 상용화하면 한 번 충전으로 6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