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씩 아시아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리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는 이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 가운데 하나다. 25, 26일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가치투자의 명가인 템플턴의 ‘날고 기는’ 외국인 펀드매니저 20여명이 세계 각지에서 날아와 아시아 주요국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번 행사에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던 이슈 중 하나는 최근의 정치환경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연말 미국 대선과 최근 중·일 간 영토분쟁이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니저들은 공식 세션에서 깊이있게 분석했다.

식사자리에서는 한국 대선과 관련된 얘기도 나왔다. 매니저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친재벌 정책을 펼 것으로 보나”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인데, 어떤 사람들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기자에게 던졌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몇몇 매니저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된다면 다행이지만, 기업에 부담이 되는 쪽으로 구체화된다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된 최근의 논란을 “기업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움직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매니저도 있었다. 이 매니저는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대형마트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마트의 영업시간과 판매품목을 규제하는 게 재래시장 활성화에 무슨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또 다른 매니저는 “한국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기업들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템플턴의 매니저들은 한국 증시에 대해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싼 값에 거래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얼핏 칭찬처럼 들리는 이 말은 ‘한국 증시가 펀더멘털 이외의 요인으로 현저히 디스카운트돼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대선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도, 심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종현 싱가포르/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