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이머징마켓과 선진국 경제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수년 동안 선진국 경제와 동떨어져 건실한 성장을 지속해온 신흥시장이 결국에는 유럽발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동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이머징마켓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성장 전망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 등 선진국 경제위기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이머징마켓 주요국으로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머징마켓과 선진국의 ‘디커플링’이 사라지지고 ‘리커플링(recoupling·재동조화)’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대내외적인 충격에 대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내수를 더 진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중앙은행의 잇따른 경기부양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내달 발표되는 경제성장 전망치는 7월 예상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 남아 있다”며 “불확실성은 정책 당국이 약속한 정책을 행동으로 옮길지 말지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각그림처럼 흩어져 있는 유로존의 리더십이 경제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은행과 정부재정 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은행동맹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미국의 ‘재정벼랑(fiscal cliff)’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며 미 의회는 재정지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리커플링

recoupling. 이머징마켓의 경기나 주가가 미국 등 선진국 경제와 동조화되는 현상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디커플링’이라고 한다. 기관차(선진국 경제)와 객차(이머징마켓)의 연결장치인 ‘커플링’이 분리된다는 뜻에서 따온 말이다. 리커플링은 디커플링 현상이 사라지고 다시 동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