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지옥' 된 테마株…안랩서만 2600억 날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선보다 뜨거운 정치테마株 '폭탄' 터지나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로…적자내도 주가 몇배 껑충
"타이밍 잡으면 큰돈 번다" 슈퍼개미도 수십억씩 베팅
48개종목 테마 소멸되자 주가 평균 47% 곤두박질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로…적자내도 주가 몇배 껑충
"타이밍 잡으면 큰돈 번다" 슈퍼개미도 수십억씩 베팅
48개종목 테마 소멸되자 주가 평균 47% 곤두박질
○테마주 손실 99%가 개미
정치테마주의 배후에는 소위 ‘작전세력’이 존재한다는 건 주식시장에선 상식이다. 개인들은 그러나 매수·매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작전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금융감독원이 1년간 35개 대표 정치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 투자자 중 195만명(계좌 수 기준)이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18만7550명이 2640억원의 손실을 봤다. 금감원은 이들 중 99% 이상이 개인투자자라고 설명했다. 안랩은 조사 대상 기간에 469% 급등했다.
수십억원의 돈을 굴리는 ‘슈퍼개미’급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감원 조사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본 B씨의 경우 정치테마주 투자로 26억원을 날렸고 C씨는 18억원을 잃었다.
○폭탄 돌리기 시작?
금감원은 연말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정치테마주 투자로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 실적에 관계없이 주가만 올랐기 때문에 언제가는 거품이 걷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폭탄 돌리기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테마주’도 줄줄이 떨어졌다. 바른손은 10.24% 내린 4250원에 장을 마쳤다.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모두 하한가로 떨어졌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EG는 7.59%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EG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출마 선언(7월10일) 이후 이날까지 21.5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의 출마 기대감에 올랐던 테마주들이 출마 선언이라는 ‘재료’가 노출되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작전세력’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이성적 머니게임의 끝은?
주식시장에는 늘 테마주가 존재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은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되고 유가증권시장의 OCI는 한때 태양광 테마주로 각광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테마주들은 신성장산업 출현이나 정부 정책 변화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지만 정치테마주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철저하게 따로 논다는 것도 정치테마주의 특징 중 하나다. 안철수 테마주의 대표 주자격인 미래산업은 지난해 104억원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해 올 상반기까지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가는 올 들어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금감원이 테마주로 알려진 131개 종목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51%에 달하는 67개사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