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인물들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후보에게 해만 끼치고 있다.”(새누리당 A 의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확정된 지 한 달가량 지났다. 후보로 선출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하는 등 ‘대통합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측근들의 잇단 헛발질과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 공보위원이었던 정준길 씨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친박 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19일에는 친박계 송영선 전 의원이 한 기업인에게 변호사비 등 금품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23일엔 역시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의 막말 파문이 터졌다. 그는 이날 대변인으로 내정된 뒤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이 발언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김 의원에게 전화를 하자 동석했던 기자들을 향해 “누가 정보보고를 했느냐”며 “야이 병X새X들아, 너희가 기자가 맞느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술자리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이 금세 바깥으로 새 나간 데 대한 항의를 욕으로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 누구도 김 의원 거취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고, 대변인 임명안은 보류됐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결국 밤 늦게 자진해서 물러났다.

박 후보 측근들이 잇따라 ‘사고’를 치는 것은 당에 리스크 대응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공보단을 꾸렸지만,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비상등이 켜졌는데도 조직이 너무 느슨하다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대변인실과 공보단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수용, 대변인들도 공보단 소속으로 두기로 했다. 언론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공보단장 자리에는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을 내정했다. 이 인선을 두고 박 후보가 인재풀을 넓히지 못하고 측근들에게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