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김 사장은 서울 강남에 5층짜리 상가를 갖고 있다. 그는 20년 동안 건물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직접 빌딩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건강 등을 고려해볼 때 지금처럼 관리하기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갑작스런 상속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당기간 건물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김 사장에게는 자녀가 2명 있지만, 어렸을 때 미국으로 유학 간 이후 그곳에 터를 잡고 있어 한국에 들어올 상황도 아니다. 임대 관리는 임차인 관리부터 시작해 시설 관리까지 제법 일이 많다. 임대수입도 잘 관리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한국에 있는 자산을 직접 체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김 사장은 이 상가를 서둘러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고민이라면 부동산 처분 외에도 고려해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신탁계약이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신탁제도는 보편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다양한 신탁계약이 가능하고 점점 그 활용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김 사장의 경우는 우선 부동산 관리신탁이 유리해 보인다. 부동산 관리신탁이란 신탁업 인가를 받은 기관이 일정한 비용을 받고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받아 신탁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엄선된 전문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임대차관리 및 시설관리를 대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의 선순위 수익자는 본인이며 사후에 자녀에게 수익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생전증여신탁계약을 통해서다. 신탁을 맡기면 공신력 있는 수탁기관을 통해 건물을 지속적으로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고, 사후에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또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소유권이 보호되고, 임대료 수익 등에 대해서 특정금전신탁과 연결할 경우 자금운용도 전문적으로 가능해 원하는 대로 수익률 관리도 할 수 있다.

신탁제도를 알고 활용한다면 의외로 많은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사장도 당장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담 후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시름 놓았다.

부동산신탁 외에도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위한 특별부양신탁이나 생전에는 본인을 위해, 사후에는 배우자나 자녀를 후순위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는 생전증여신탁 등 다양한 형태의 신탁계약들을 자신의 사정에 맞게 접목해볼 수 있다.

김동욱 <삼성패밀리오피스 과장>